괜찮은 우리 나라의 공포영화 두 편

[기담]


1942년의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공포극이다. 2차대전 말기의 경성에 있었던 안생병원. 이 곳에서 주인공들은 귀신과의 사랑에 빠진다. 세 개의 서로 다른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는데, 세 개의 에피소드는 전혀 다른 듯 하면서 조금씩 이어져있고 조금씩 단서를 주고 받는다. 시체실에 근무하게 된 의대생과 시체 사이의 사랑, 일년전에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여의사의 사랑,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나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소녀와 의사의 이야기.

시체와의 하룻 밤으로 인해 실제 아내를 둘이나 원인 모르게 잃고, 딸까지 잃고 외롭게 살다가 결국은 그 때 시체였던 소녀의 혼과 함께 저세상으로 가는 정남의 이야기는 '생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듯 하다. 뭐에든 엉겨붙는 것이 주온 비슷하지만, 징그럽지는 않다.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소녀 아사코와 어려서 형을 잃은 의사 수인의 얘기는, 귀신을 떼 놓고 보면 죄책감같은 내 마음의 집착이 나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이미 죽은 남편 동원을 살아있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남편으로 착각하는 인영의 불특정 다수에 의한 복수는 사랑에 대한 집착이 어떤 가혹한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보여준다. 동원과 인영의 얘기에서 인영의 캐릭터는 '장화홍련'에서 새엄마에 대한 증오때문에 스스로 새엄마의 캐릭터를 연기했던 언니 역할과 비슷하다.

이 영화는 깜짝 놀래키는 공포보다는 서서히 조여오는 그러면서 긴장을 하고 바라보게 하는 그런 서늘함이 있는 영화이다.

[두 사람이다]

강경옥의 동명만화 원작을 알고 있어서 꼭 보고싶었던 영화이다. 그런데, 막상 보니까 원작하고는 좀 많이 다르다. 내가 아는 원작은 이 집안에 내린 저주에 대한 것이다. 대대로 죽이고 죽는 이 집안의 내력에 대한 것이 원작 만화의 설정이었다. 원작에서는 '두 사람' 이라는 것이 '죽어야 할 한 사람'과 '죽여야 할 한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 대대로 그렇게 태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바로 그 사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할 지라도 내가 죽어야 할 사람인지, 죽이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는 설정이었다.

이 만화는 그러한, 기본 설정을 일단 지웠다. 아니, 첨에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뭔가가 있다고 말을 하는데, 원작에 나오는 것과 똑같은 설정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감독은 '악마'를 등장시켰다. 처음에 시작 할 때, 주인공인 가인이 계속 미움의 대상이 되고 꼭 죽어야 할 사람인 듯 한 분위기를 계속 풍겼다. 그러다가, 갑자기 가인의 애인이 살인자로 돌변했다. 영화 첫 부분에 살인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아이가 바로 가인의 애인이었고 그는 가인의 가족에게 원한이 있어 의도적으로 접근했었다고 말을 한다.

중요한 것은, 이 집안의 전해내려오는 얘기와 애인의 복수는 서로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일이 벌어져셔 이 가족이 다 죽어버리면, 처음에 '우리 집안에는 내려오는 뭔가가 있어요' 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얘기가 되어버린다. 감독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왜 갑자기 맘이 바뀐 것일까. 감독은, 나름대로 반전을 숨기고 있었는데, 그것은 가인에게 계속 말을 거는 전학생 석민이 실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 실은, 악마였다는 것. 그리고, 그 악마는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미워하는 마음, 죽어없어져버렸으면 좋겠어, 하는 미워하는 마음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가인이 버스를 타고 홍천을 다녀올 때 실은, 버스에 석민이 없었다는 것, 석민은 어디에서 가인이 있는 곳에서는 다 나타나면서 아무하고도 얘기를 하지도 않고 수업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워낙 끔찍한 사건이 매일 일어나고,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할 때 우리가 잘 하는 말이 있다. '뭐가 씌었었나 보다.' 감독은, 바로 그 점에 착안해서 [두 사람이다]를 빌려와 약간의 각색을 한 듯. 재밌기는 하지만, 감독의 반전은 어색하고 앞뒤 이야기가 잘 안 맞는 부자유스러움이 있다.

이 원작은, 말 그대로 전설에 의거한 얘기다. 만화 원작을 다시 찾아봐야겠다.

by 실꾸리 | 2008/07/25 11:18 | MOVIE | 트랙백 | 덧글(3)

이 뻔해 보이는 드라마를 계속 보는 이유는..

태양의 여자

정말 궁금하다.... 끝이 궁금해서 계속 보고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그렇듯이, 나도 도영의 결말이 궁금하다.

도영이는, 점점 지리멸렬해지고 있다. 자기 껍질을 깨지 못 하는,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지 못 하는 도영이 참 안타깝다. 그러니, 시청자 게시판에 도영을 감싸는 소감이 많이 올라오는 듯 하다. 그렇지만, 정말 지리멸렬하다. 짜증도 난다. 답답하다. 캐릭터가 깨지는 느낌도 든다. 결정적으로, 처음에 봤을 때의 도영의 이미지는, 상당히 독했다. 입양 된 첫 날에, "너무 행복해서 무서워요."라고 말 하는 여섯 살 박이. 직업적으로, 그리고 엄마로서 많은 아이들을 다루어 본 경험에 비추어 결코 이쁜 애는 아니다. 

어른들이 말 하는, 이쁜 애는 애 다운 애다. 순수하고, 어떤 면에서는 좀 어리버리한 애를 어른들은 더 좋아한다. 낯선 곳, 낯선 환경에서 태도가 좀 어설프고, 말도 잘 못 하고, 어른들 눈치만 보면서, 어찌 할 바 모르는 그런, 입양아들을 키운 경험이 있는 부모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첫 학기에 처음 아이들을 만났을 때, 대부분의 애들은 그랬다. 그런데, 입양 된 첫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방 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깨끗이 단장하고 내려와서 말을 또박또박 하는 아이. 정이 좀 안 가는 것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어른이 기가 질리지 않겠는가. 그런 면이 있었길래, 도영이는 그렇게 냉대하는 양엄마 밑에서 살아남아서 사회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성격이 팔자를 만든다는데, 도영이의 성격은 아마 친엄마 밑에서 컸어도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익히 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런 도영이가 비밀이 드러나고 사월이의 복수가 시작되면서 좀 변했다. 표정 관리 잘 하고, 독한 도영이라면, 지금의 불쌍한 모드 일색은 좀 안 어울려보이는 게 사실이다. 차라리, 스스로 먼저 나서서 사월이가 동생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그 연극은 사실이 아니라고, 나는 그 아이를 버린 게 아니라고 말 하면서 사월이와 싸워나가야 더 맞아보인다. 작가는 도영이가 악해지기를 바라지 않고, 그럴 수 있다고 말하면서 시청자의 이해를 구하고 싶은 것 같다. 그러나, 좀 더 처절하게 도영은, 자기가 처해진 상화에 대처해서 의연하게 싸워야 한다. 이렇게 계속 방어모드로만 가는 것은 좀 그렇다. 도영이에게 정당성도 주지 못 한다.

도영이는 충분히 억울하다. 출생에서 고아원으로 가기까지의 사연도 물론 슬프겠지만, 입양 한 양엄마가 이십년이 넘게 기르면서 얼마나 볶아치고 냉대하면서 길렀나. 양엄마인 최정인 교수는, 이 드라마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닐지라도 우리가 가끔 분개해 마지 않는 악역 사모님 캐릭터의 전형이다.  아이를 잃은 엄마로서의 최정인이 아니라 이 드라마의 모든 설정을 다 없다고 놓고 보더라도, 이 여자는 본래 사람을 돈으로 판단하고 이기적이고 자기 가족밖에는 모르는 이기주의의 전형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 온 온갖 드라마들에 등장했던 악역 사모님들 역할하고 똑 같다.

그렇다면, 도영이는 최정인 교수하고 싸워야지... 그리고, 그 날 일에 대하여, 사월에게 말해야지... 니가 그랬다고... 니 말을 듣지 않으면 엄마에게 말해서 너를 매맞게 하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어쩌면, 엄마는 다섯살박이가 언니를 그렇게 협박해도 되도록 기르셨냐고 항의를 해야지... 아마, 사월이는 다섯살이었으니, 그 때는 친언니가 아닌 줄 몰랐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협박을 했다. 그 만큼 편애가 심했다는 얘기다. 최정인 교수는 도영이에게 말한다. 친자매라도 부모의 사랑은 본래 동생에게 먼저 가는 것이라고, 니가 그걸 샘해서 동생을 버리기까지 한 것은 친동생이 아니라서 이뻐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최정인 교수의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본 경험으로는 친형제라도 부모가 한 쪽을 편애하니까 결코 그 가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있다. 예전에 김희애가 주연한 드라마 [아들과 딸]

설마, 버릴 수는 없겠지만, 복수심이 생길 수는 있다. 편애란 그런 것이다. 게다가, 윤사월은 또 얼마나 독한 캐릭터인가. 한은비 작가가 말한다. 니 언니한테 복수할려고, 그 소재를 나에게 주었니? 나를 이용하려고 했니? 너 참 독한 애구나. 맞다. 윤사월은 진짜 독하다.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이지만, 욕심도 많고 승부욕도 강하다. 버려지지 않고 그 부모 밑에 잘 자랐으면 아마 지금보다 더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전적이고,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아빠의 활달한 성격과 엄마의 냉정하고 끈질긴 성격을 다 닮았다. 게다가 그 좋은 가정에서 일방적인 사랑을 받고 자랐다면, 대체 용자같은 애를 거들떠나 봤을까...끔찍하다.

결론을 내자....내가 이 뻔해 보이는 드라마를 끝까지 보는 이유는... 결말이 궁금해서다. 결국, 도영은 파멸하거나 완전매장 직전까지 가거나 한 상황에서 이 모든 원죄는 나에게 있다는 장태문 회장의 후원을 받아 새로운 인생을 시작 할 것이다. 아마도 그렇게 짐작이 든다. 작가는 첨부터 사월보다는 도영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고, (아마 은비작가는 바로 작가 자신이 아닐까) 그래서, 준세의 입을 통해 여러 번 확약했듯이 완전히 곤두박질 치도록 버려두지는 않으리라고 한다.

실은, 나는 이게 좀 아쉽다. 장태문 회장이 새로운 후원자가 되어주는 것. 그래서, 끝까지 가 보지 않는다는 것. 예전에 이렇게 자매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있었다. MBC의 [신데렐라] 아마도 주인공이 황신혜, 이승연이었는데, 그 때도 황신혜는 잘 나가는 아나운서였고 이승연은 언니에 비해 통 구박덩이였다가  화려하게 떠 오르는 캐릭터였다. 그리고, 그 결말... 발악을 하고 모든 것이 끝난 후의 황신혜가 어떻게 되었었나. 결국, 정신병원으로 갔지... 쩝, 이렇게까지 되면, 너무 심하지만, 어쨌던 도영이 모든 것을 다 잃고 바닥에서 부터 일어서는 모습을 보고싶기는 하다. 작가 맘이겠지만....

작가는 도영이 바닥에 떨어지더라도 죽지는 않도록 매트를 든든히 깔아놓았다. 장태문 회장도 있고, 차동우도 있고, 책임감과 연민도 또 다른 사랑의 형태라는 것을 깨닫게 될 준세도 있고..

by 실꾸리 | 2008/07/25 04:55 | CULTURE | 트랙백 | 덧글(1)

이렇게 뜨거운 여름 날

전국에서 비 난리를 치고 있다는데, 울산은 그 비를 피해가고 있다.
사람 심리는 참 이상하지..... 비가 쏟아붓던 어느 날, 우산을 쓰도 소용이 없던 날... 그 속을 걷자니... 왜 그리도 비참하던지... 일이고 뭐고 당장 때려치고 싶더니... 이렇게 살갗을 바싹바싹 태우는 햇볕 아래 있으니... 새삼 서늘한 기운이 그립다...

저 눈 내린 산 길을 걷는 상상을 하면, 맘이라도 좀 시원하고 차분하게 가라앉지 않을까요??

by 실꾸리 | 2008/07/25 04:01 | DIAR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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