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25일
괜찮은 우리 나라의 공포영화 두 편

[기담]
1942년의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공포극이다. 2차대전 말기의 경성에 있었던 안생병원. 이 곳에서 주인공들은 귀신과의 사랑에 빠진다. 세 개의 서로 다른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는데, 세 개의 에피소드는 전혀 다른 듯 하면서 조금씩 이어져있고 조금씩 단서를 주고 받는다. 시체실에 근무하게 된 의대생과 시체 사이의 사랑, 일년전에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여의사의 사랑,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나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소녀와 의사의 이야기.
시체와의 하룻 밤으로 인해 실제 아내를 둘이나 원인 모르게 잃고, 딸까지 잃고 외롭게 살다가 결국은 그 때 시체였던 소녀의 혼과 함께 저세상으로 가는 정남의 이야기는 '생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듯 하다. 뭐에든 엉겨붙는 것이 주온 비슷하지만, 징그럽지는 않다.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소녀 아사코와 어려서 형을 잃은 의사 수인의 얘기는, 귀신을 떼 놓고 보면 죄책감같은 내 마음의 집착이 나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이미 죽은 남편 동원을 살아있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남편으로 착각하는 인영의 불특정 다수에 의한 복수는 사랑에 대한 집착이 어떤 가혹한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보여준다. 동원과 인영의 얘기에서 인영의 캐릭터는 '장화홍련'에서 새엄마에 대한 증오때문에 스스로 새엄마의 캐릭터를 연기했던 언니 역할과 비슷하다.
이 영화는 깜짝 놀래키는 공포보다는 서서히 조여오는 그러면서 긴장을 하고 바라보게 하는 그런 서늘함이 있는 영화이다.

[두 사람이다]
강경옥의 동명만화 원작을 알고 있어서 꼭 보고싶었던 영화이다. 그런데, 막상 보니까 원작하고는 좀 많이 다르다. 내가 아는 원작은 이 집안에 내린 저주에 대한 것이다. 대대로 죽이고 죽는 이 집안의 내력에 대한 것이 원작 만화의 설정이었다. 원작에서는 '두 사람' 이라는 것이 '죽어야 할 한 사람'과 '죽여야 할 한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 대대로 그렇게 태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바로 그 사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할 지라도 내가 죽어야 할 사람인지, 죽이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는 설정이었다. 이 만화는 그러한, 기본 설정을 일단 지웠다. 아니, 첨에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뭔가가 있다고 말을 하는데, 원작에 나오는 것과 똑같은 설정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감독은 '악마'를 등장시켰다. 처음에 시작 할 때, 주인공인 가인이 계속 미움의 대상이 되고 꼭 죽어야 할 사람인 듯 한 분위기를 계속 풍겼다. 그러다가, 갑자기 가인의 애인이 살인자로 돌변했다. 영화 첫 부분에 살인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아이가 바로 가인의 애인이었고 그는 가인의 가족에게 원한이 있어 의도적으로 접근했었다고 말을 한다.
중요한 것은, 이 집안의 전해내려오는 얘기와 애인의 복수는 서로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일이 벌어져셔 이 가족이 다 죽어버리면, 처음에 '우리 집안에는 내려오는 뭔가가 있어요' 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얘기가 되어버린다. 감독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왜 갑자기 맘이 바뀐 것일까. 감독은, 나름대로 반전을 숨기고 있었는데, 그것은 가인에게 계속 말을 거는 전학생 석민이 실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 실은, 악마였다는 것. 그리고, 그 악마는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미워하는 마음, 죽어없어져버렸으면 좋겠어, 하는 미워하는 마음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가인이 버스를 타고 홍천을 다녀올 때 실은, 버스에 석민이 없었다는 것, 석민은 어디에서 가인이 있는 곳에서는 다 나타나면서 아무하고도 얘기를 하지도 않고 수업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워낙 끔찍한 사건이 매일 일어나고,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할 때 우리가 잘 하는 말이 있다. '뭐가 씌었었나 보다.' 감독은, 바로 그 점에 착안해서 [두 사람이다]를 빌려와 약간의 각색을 한 듯. 재밌기는 하지만, 감독의 반전은 어색하고 앞뒤 이야기가 잘 안 맞는 부자유스러움이 있다.

이 원작은, 말 그대로 전설에 의거한 얘기다. 만화 원작을 다시 찾아봐야겠다.
# by | 2008/07/25 11:18 | MOVIE | 트랙백 | 덧글(3)











